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7일(현지 시각) 밝히면서 실제 이번 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이 우리 정부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아 청와대는 종전 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할 의향이 있나. 12일에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합의에 서명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우리는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첫걸음이 될 것이며, 진짜 중요한 것은 (종전) 합의 후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우리는 물론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들(북한)과, 그리고 많은 다른 사람들과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앞으로 있을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게(종전 합의가) 아마 가장 쉬운 부분이고 어려운 부분은 그 후에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한 뒤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했으며, 미·북 회담에서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과 관련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종전 선언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정전(휴전) 상태를 완전히 끝내는 것이다. 종전 선언을 한 후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종전 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열어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3자 회담을 제안했다. 이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브리핑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남·북·미 3자 회담으로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6월 7일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백악관
전날까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나 직후에 3국 정상 간 종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종전 선언을 위한 실무 준비과정을 감안하면 한국 측에 벌써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이미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종전 선언 가능’ 발언으로 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종전 선언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대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에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종전 선언도 물 건너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문답 중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압박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8/20180608011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