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셩쉥님" 영어 조기교육에 혀 꼬인 아이들

뉴스
Author
지은
Date
2017-06-09 18:26
Views
4717
[영어 배우려다 우리말 못해 스피치 학원 찾아 발음 교정]

'나 먹었어 밥을' 'time 몇시야'
영어식 어순에 英단어 섞어쓰고 pink는 알아도 분홍은 모르기도

대치동·목동에 전문학원 10여곳 '가갸거겨'부터 한글 새로 배워



"엄마, 나 먹었어. 밥을"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임모(36)씨는 최근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대화하다가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밥 먹었니"라고 묻자 아들이 영어식 어순으로 대답했기 때문이다.

임씨의 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녔고, 집에서도 되도록 영어를 쓰도록 교육받았다. 임씨는 "아들이 평소에 '지금 time(시간) 몇 시야'처럼 영어 단어를 섞어서 말해도 '영어 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우리말 어순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당황스러웠다"며 "이러다 우리말 못한다고 놀림당할까 봐 부랴부랴 키즈(어린이) 스피치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키즈 스피치학원에서 강사가 초등학생 3명에게‘한국어 어순 교정’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에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우리말 어순과 발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태경 기자
최근 '키즈 스피치 학원'을 찾는 초등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일대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문 스피치 학원만 10여 곳이 생겼고, 일대일 개인 과외나 그룹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과거 웅변 학원이 유행했던 것과 비슷하지만, 학원을 찾는 목적이 달라졌다. 웅변을 배우려는 게 아니라 우리말 발음이나 어순을 교정하려고 학원을 찾는 초등학생이 늘어난 것이다. 영어 유치원과 해외 연수 등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주 쓰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정작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말이었던 지난 9일 오후 1시쯤 서울 반포동의 한 스피치 학원에서는 "가나다라마바사…" "가갸거겨고교…" 같은 발음 연습이 한창이었다. 강사 임송하(29)씨가 학생 두 명을 앉혀놓고 한글 자모음 발음표를 읽고 있었다.

이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한글을 처음 배우는 유아가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 김민호(가명·7)군은 "ㄹ(리을) 발음이 제일 어렵다"며 "'라면' 같은 단어를 말할 때는 친구들이 '미국 사람 같다'고 놀린다"고 했다. 다섯 살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조기 영어 교육을 받은 김군은 '라면'을 '롸면'이라고 발음한다.

영어 조기 교육받은 어린이들이 잘못 사용하는 우리말
학원을 찾는 초등학생 상당수는 'ㄹ'을 영어식 'r'이나 'n'으로 발음하고, 'ㅅ(시옷)'을 'sh' 발음과 혼동한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의 한 스피치 학원 대표는 "'선생님 수업해요'라고 할 때도 'sh'발음을 한껏 섞어서 '셩쉥님 슈업해요'라고 한다"며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학원을 찾는 아이들 대부분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영어 유치원을 막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김모(28)씨는 "한 반에 절반 이상이 영어 유치원 졸업자인데 그중 3~4명은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수업을 못 따라간다"며 "아이들이 'pink(핑크)'는 알지만 '분홍색'은 모르고, 좋아하는 곤충을 물으면 'ladybug(무당벌레)'라고 영어로 대답하면서 우리말로 '무당벌레'가 뭔지 모른다"고 했다.

김씨는 "자기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면, 외국인처럼 'Um…(음)'거리면서 말을 더듬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주부 장모(36)씨는 "지난달 학부모 총회에 가니까 우리 아이가 '오마이갓(oh, my god·이럴 수가)' 같은 영어 감탄사를 자주 쓰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까지 물들었다고 핀잔을 들었다"며 "스피치 과외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김순환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영·유아 시기에 외국어를 과도하게 교육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워 둘 다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모국어 어휘나 문장 구조에 익숙해야 나중에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2/2017041200170.html(조선일보)
Total 779
Number Title Author Date Votes Views
Notice
뉴저지 한인회
지은 | 2017.06.25 | Votes 0 | Views 9909
지은 2017.06.25 0 9909
Notice
필라델피아 한인회
Jin | 2017.06.24 | Votes 0 | Views 16656
Jin 2017.06.24 0 16656
69
2017년 추석대잔치
남부뉴저지한인회 | 2017.10.05 | Votes 0 | Views 3026
남부뉴저지한인회 2017.10.05 0 3026
68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델라웨어한인회 | 2017.10.05 | Votes 0 | Views 3136
델라웨어한인회 2017.10.05 0 3136
67
수술대 오른 한·미 FTA...산업계 '초긴장'
조선일보 | 2017.10.05 | Votes 0 | Views 2389
조선일보 2017.10.05 0 2389
66
미 LA 총기난사로 58명 사망...한인 5여명 연락안돼
조선일보 | 2017.10.03 | Votes 0 | Views 2380
조선일보 2017.10.03 0 2380
65
델라웨어 한인회 임원회 회의
델러웨어한인회 | 2017.10.02 | Votes 0 | Views 3433
델러웨어한인회 2017.10.02 0 3433
64
Senator Coons's post about The Korean Festival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30 | Votes 0 | Views 2804
델라웨어한인회 2017.09.30 0 2804
63
The Korean Festival at Delaware Art Museum was a huge success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30 | Votes 0 | Views 3224
델라웨어한인회 2017.09.30 0 3224
62
[보도자료] 올해 한상대회, 10월 25~27일 창원서 열려
필라델피아한인회 | 2017.09.28 | Votes 0 | Views 4255
필라델피아한인회 2017.09.28 0 4255
61
돌아가신 한국참전 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명패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28 | Votes 0 | Views 4388
델라웨어한인회 2017.09.28 0 4388
60
인스타그램, 광고주 200만명 돌파…사용자는 8억명 넘어서
조선일보 | 2017.09.28 | Votes 1 | Views 4376
조선일보 2017.09.28 1 4376
59
삼성디스플레이, 모바일 OLED 독점 막 내려..."中 BOE, 내달부터 제품 출하"
Jay | 2017.09.26 | Votes 0 | Views 2960
Jay 2017.09.26 0 2960
58
[유관기관 소식] 추석명절, 친지이웃과 나누는 선물은 풍성하게!!
필라델피아한인회 | 2017.09.26 | Votes 0 | Views 4242
필라델피아한인회 2017.09.26 0 4242
57
US. Airmen hunting. South Korean boys would collect the birds to take home.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26 | Votes 0 | Views 3084
델라웨어한인회 2017.09.26 0 3084
56
"VR보다 AR이 대세…4년내 70조원 시장으로 성장"
조선뉴스 | 2017.09.21 | Votes 0 | Views 3204
조선뉴스 2017.09.21 0 3204
55
코리안넷관리자
필라델피아한인회 | 2017.09.21 | Votes 0 | Views 4458
필라델피아한인회 2017.09.21 0 4458
54
Rose of Sharon.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21 | Votes 0 | Views 3677
델라웨어한인회 2017.09.21 0 3677
53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 선착순 판매 시작
HY | 2017.09.19 | Votes 0 | Views 1100
HY 2017.09.19 0 1100
52
Mark your calendar for annual Korean Featival at Delaware Art Museum.
델라웨어한인회 | 2017.09.19 | Votes 0 | Views 4708
델라웨어한인회 2017.09.19 0 4708
51
현대차, 美 앨라배마공장 하루 생산 200대 줄여…운송일정 변경·재고 영향
HY | 2017.09.19 | Votes 0 | Views 3953
HY 2017.09.19 0 3953
50
트럼프, 中 사모펀드의 美 반도체회사 인수 막아..."국가 안보 위협"
조선뉴스 | 2017.09.14 | Votes 0 | Views 3749
조선뉴스 2017.09.14 0 3749
New
Advertisement banner 1600 X 175.

©2024 PhillyKo.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TAF JK Group, Inc.

About Us | AdvertisementTerms & Conditions

Translate »

Log in with your credentials

Forgot your detai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