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주 코로나19, "이미 500~600명 감염됐을 수도"…캘리포니아는 '크루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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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경향신문
Date
2020-03-0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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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북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4일(현지시간)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킹카운티메트로 직원이 버스 안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시애틀 | AFP연합뉴스

미국 서북쪽 끝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킹카운티는 시애틀-타코마-벨뷰로 이어지는 광역도시권에 위치한다. 19세기 중반 잠시 미국 부통령을 지낸 윌리엄 킹에게서 나온 지명이다. 뒤에 킹이 노예소유주였다는 사실이 부각되자 1986년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이름을 따오는 걸로 바꿨으나 이름은 그대로 킹카운티다.

카운티 주민 220만명 중 3분의2가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곽 거주민이다. 그런데 리버럴 성향이 강하고 주거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킹카운티가 지금은 미국의 코로나19 중심지가 돼버렸다. 연방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1명에 이른다. 한국에선 6000명 가까이 감염돼 30여명이 숨졌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는 각각 3000명가량 확진에 사망자는 100명선이다. 하지만 미국은 전체 확진자가 160명 정도인데 며칠째 연일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하루 추가된 감염자는 34명이고 2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미국서 숨진 이들 11명 중 10명이 워싱턴주에서 나왔다. 특히 킹카운티에서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고 첫 사망자도 중국 우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 지역 주민이었다. 문제는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이 지난 1월 21일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춘제(설)를 앞두고 대규모 확산이 시작되던 시점,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강력 대응을 지시한 날이었다. 곧바로 미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은 미국 내 감염이 이미 당시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주 보건부와 함께 감염자들을 조사한 트레버 베드포드 워싱턴대 교수는 첫 확진자에게서 나온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애틀의 프레드허치슨암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베드포드 교수는 “이미 1월 중순부터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워싱턴주 내 감염자가 이미 500~600명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일 실험실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사망자들은 대개 다른 질병을 앓던 고령자들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시애틀 북쪽 스노호미시카운티에서 고교생 감염자가 나왔다. 계절성 독감을 조사하던 시애틀플루스터디 의료진이 발견했다. 이 고교생은 해외에 나간 적도, 확진자와 접촉한 일도 없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감염병·호흡기질환연구소의 낸시 메소니어 박사는 “우한에서 돌아온 또다른 귀국자가 10대 감염자가 살던 지역에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대 환자에게서 나온 바이러스는 앞서 베드포드 교수팀이 연구한 첫 사망자, 그리고 또 다른 추가 확진자의 검체에서 나온 바이러스 DNA와 매우 유사했다. CDC의 추측과 달리 워싱턴주 안에서 한 달 반 이상 전파가 계속돼왔다는 연구진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베드포드 교수는 4일 의료전문매체 스타트에 “지금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중국 우한에서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계속 지적되는 건 미국의 바이러스 검사 능력 문제다. 세계에서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가장 잘 갖춰놓고 있다는 CDC는 코로나19에 관해선 무능과 혼란만 드러내고 있다. 검사키트가 모자라 아직까지 검사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CDC는 웹사이트에 지난달 말까지 검사건수가 총 472건이라고 공개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2일 슬그머니 페이지를 삭제했다.

워싱턴주 상원의원 패티 머리는 “공공의료기관에 진단키트를 배분하지 못해 귀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다”며 주민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연방정부와 보건당국을 비판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생각되거나 의심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검사를 받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중국 우한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첫 환자를 확인하고 이튿날인 올 1월 1일 수산시장을 봉쇄했다. 하지만 전면 방역에 들어간 것은 3주가 지나 시 주석의 방침이 전해진 뒤였다. 베드포드 교수는 “3월1일의 시애틀은 1월1일의 우한과 같은 상황”이라며 “시애틀은 당장 공격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우한처럼 대확산이 일어나 봉쇄에 직면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는 ‘크루즈 비상’이 걸렸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4일 워싱턴주를 제외하고는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워싱턴주와 플로리다주에 이어 미국 주들 가운데 세번째다.

사망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로 갔던 크루즈 탑승자로, 이날 새크러멘토에서 숨졌다. 그랜드 프린세스’라는 이름의 이 여객선은 지난달 10일 멕시코로 향했고 21일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숨진 사람은 90대 여성으로 이 기간 중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 보건당국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당시 크루즈에 타고 있었던 승객과 승무원 2500여명을 추적하고 있다. 승객 절반 이상이 캘리포니아 주민으로 알려졌다.


배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하와이로 이동하고 있었으나, 승객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회항하기로 했다. 이 배의 운영사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소유한 미국의 카니발 코퍼레이션이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이 회사는 두 배가 연달아 코로나19의 확산 무대가 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051056001&code=9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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